무언가를 위한 어떤 것 (2024)
작업은 도시 생태계에서 끈기 있게 존재하는 사물에게 경이감을 느끼며 시작하였다. 도시의 남겨진 흔적들, 이를테면 테이프로 감긴 안전 꼬깔, 벽에 그려진 낙서와 문자들, 전단지가 떼어지고 남은 테이프와 같은 것에 관심을 갖는다. 이들은 연약해보이지만 자신만의 흔적을 남기며 이 땅에 단단히 붙어있는 것들이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나에게는 삶의 원동력이 되었으며, 이를 위한 작업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네 개의 경계선>(2024)은 도시에서 수집한 낙서를 재현하고, 기억의 재료가 되는 부산물 이미지를 붙이고 추상회화로 그린 작품이다. 수집한 낙서의 좌표 혹은 낙서가 쓰여 있던 곳(도시가스계량기의 숫자, 도로명)들이 객관적 지표가 되어 <경계인을 위한 지도>(2024)가 탄생한다. 지도는 개인적 기억과 주관적 경험으로 제작된 것인데, 가령 지도에 적혀 있는 낙서 packing은 동료 작가 작업 재료인 박스에 적혀 있던 것이다. 관객은 지도 위를 밟고 암호화된 요소들을 바라보며 나의 기억을 재방문하며 자신과의 연관성을 탐구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거리의 테이프들을 모아 탑을 쌓고, 안전 꼬깔을 연약한 실리콘으로 계속해서 캐스팅하는 행위는 모두 내가 세계와 연결되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들이 쌓여서 한 자리에 단단히 서 있을 수 있도록, 이 땅에 힘껏 함께 붙어 있어보고자 한다.
아래 – <경계인을 위한 지도>, 카페트에 아크릴, 162.2×336.3cm, 2024